The Essence
"공간은 보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입니다."
형태와 기능을 넘어 빛, 소리, 온도, 재료의 질감이 공명하며 만들어내는
고유한 '대기(Atmosphere)'를 통해 사용자의 감각과 정동을 조율하는 전략.
형태와 기능을 넘어 빛, 소리, 온도, 재료의 질감이 공명하며 만들어내는
고유한 '대기(Atmosphere)'를 통해 사용자의 감각과 정동을 조율하는 전략.
눈에 보이는 시각적 화려함은 금방 익숙해지지만, 공간이 주는 '기운'은 방문객의 기억 속에 평생 남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게르노트 뵈메의 분위기 미학과 페터 춤토르의 현상학적 공간론을 통해, 단순한 관람을 넘어 신체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마음이 움직이는 '정동(Affect)의 장'을 구축하는 설계 원칙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심화 이론: 대기와 정동의 미학
1. 게르노트 뵈메의 '확장된 미학'
Gernot Böhme
"미학의 본질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이 발산하고 주체가 느끼는 '공간적 퍼짐'으로서의 분위기에 있다."
뵈메는 전통적인 판단 미학을 넘어, 인간이 환경과 맺는 감각적 관계에 집중합니다.
- 공동 주관성: 분위기는 개인의 기분(Subjective)도, 사물의 물리적 수치(Objective)도 아닌 그 '사이'에서 탄생하는 실체입니다.
- 생태적 지각: 빛의 굴절, 공기의 습도, 소리의 잔향 등 비물질적 요소들이 공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 무대화된 공간: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연극 무대로 보아, 모든 감각 요소들이 사용자의 감동을 위해 치밀하게 연출됩니다.
2. 페터 춤토르의 '건축적 정동'
Peter Zumthor
"내가 생각하는 건축의 질은 나에게 감동을 주는 그 기운에 있다. 나는 공간을 구성하는 사물들이 공명하는 방식을 설계한다."
춤토르는 건축을 형태의 유희가 아닌 '신체적 경험'의 총합으로 정의합니다.
- 재료의 마찰: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감각적 긴장'을 극대화합니다.
- 정적인 울림: 비어 있는 공간이 가진 고유한 소리와 정적을 설계하여 공간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 기억의 소환: 공간의 기운을 통해 사용자가 잊고 있던 개인적 혹은 집단적 기억을 스스로 떠올리게 유도합니다.
분위기를 만드는 9가지 핵심 요소
페터 춤토르가 그의 저서 '분위기(Atmospheres)'에서 제시한 공간의 질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원칙들입니다.
건축의 몸체 (The Body of Architecture)
재료의 호환성 (Material Compatibility)
공간의 소리 (The Sound of Space)
공간의 온도 (The Temperature of Space)
주변의 사물들 (Surrounding Objects)
평온과 움직임 (Between Composure & Seduction)
안과 밖의 경계 (Tension Between Interior & Exterior)
빛의 강도 (Levels of Intimacy)
빛이 물체에 앉는 방식 (The Light on Things)
전략적 구현 전술
Chiaroscuro (명암의 설계)
전체적인 조명보다 빛과 어둠의 대비, 즉 '그림자의 깊이'를 설계함.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드러나는 재료의 단면이 공간에 신비로운 정동을 부여함.
Haptic Materiality (촉각적 물질성)
눈으로 보기 전 손길이 먼저 닿을 것 같은 질감을 선택함. 차가운 금속과 거친 돌, 부드러운 직물의 대비를 통해 공간에 풍부한 감각적 레이어를 적층함.
Acoustic Resonance (음향적 공명)
사용자의 발자국 소리가 바닥재에 부딪혀 돌아오는 시간차와 울림을 설계함. 소리는 공간의 물리적 체적을 신체가 직관적으로 지각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
Thermal Intimacy (열적 친밀감)
공간의 안락함은 시각이 아닌 '온도'에서 시작됨. 햇볕을 머금은 매끄러운 바닥의 온기나 물 안개가 뿜어내는 서늘함 등 신체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열 환경을 조성함.
Masterpiece: 발스 온천 (Therme Vals, Switzerland)
춤토르의 발스 온천은 분위기 미학이 공간으로 구현된 최고의 사례입니다. 수만 개의 쿼츠석(Quartzite)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공간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수증기가 빛을 받아 산란되는 모습은 방문객을 압도합니다.
이곳은 형태를 감상하는 곳이 아닙니다. 돌의 차가움과 물의 뜨거움이 피부에 닿는 감각, 동굴 같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물의 잔향, 그리고 바위 사이로 비치는 좁고 날카로운 빛의 줄기를 '체험'하는 곳입니다. 설계자가 의도한 치밀한 '감각적 대기'가 방문객의 정동을 완벽히 장악하여 명상적인 치유의 순간을 선사합니다.
📍 정동의 공간 설계를 위한 심화 체크리스트
재료의 물성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아름답게 '공명'하는가?
공간 내부의 소리가 그 장소의 부피와 밀도를 전달하는가?
빛의 밝기보다 '어둠과 그림자의 질감'이 의도되었는가?
사용자의 신체가 즉각 반응하는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는가?
시각적 정보에 가려진 '비시각적 감각(후각, 촉각)'이 살아있는가?
사용자의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분위기'로 유도하고 있는가?
공간과 신체가 만날 때 신체적 에너지의 변화(정동)가 일어나는가?
시간과 계절에 따른 빛의 변화가 공간의 기운을 다채롭게 하는가?
재료가 가진 고유의 냄새와 소리가 장소의 기억을 자극하는가?
전체적인 공간의 '공기'가 설계자가 의도한 주제와 일치하는가?
우리는 공간의 형태를 보지 않습니다. 그 안을 채운 ‘공기’를 느낍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감각의 공명’입니다.
페터 춤토르의 철학처럼 재료와 빛, 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고유한 분위기를 통해,
단순히 '멋진 공간'을 넘어 사용자의 '영혼을 흔드는 장소'를 제안합니다.
시각적 자극을 넘어 신체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정동의 공간’을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깊이 있는 장소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시길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공간 설계의 철학적 깊이와 현상학적 경험을 탐구합니다.
분위기가 선사하는 장소의 영원한 힘을 함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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