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LA의 Blog
세계 곳곳의 도시 공원과 정원을 분석하는 아카이브, 역사와 철학, 도시의 맥락을 담은 이야기, 공간 구성, 문화적 상징

[공간 전략 및 철학] 약한 건축과 모호한 경계 - 자연 속에 스스로를 지우는 조경의 미학

쿠마 켄고의 ‘약한 건축’과 소우 후지모토의 ‘원시적 미래’ 철학을 조경에 담았습니다. 압도적인 형태 대신 주변과 스며드는 모호한 경계를 통해, 대지와 건축이 하나로 연결되는 혁신적인 '소거의 미학' 설계 전략을 소개합니다.
공간 전략 H-2

약한 건축과
모호한 경계

Weak Architecture & Blurred Boundaries: The Dissolution of Form

The Essence
"최고의 디자인은 스스로를 지움으로써 주변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압도적인 물성을 포기하고 환경의 흐름에 순응하는 '약함(Weakness)'의 미학.
인간과 자연, 안과 밖이 뒤섞이는 경계의 소멸을 통한 공간의 민주화 전략.
콘크리트 상자가 대지를 지배하고 권위를 내세우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일본의 거장 **쿠마 켄고(Kengo Kuma)**가 제창한 **'약한 건축'**의 담론은 현대 조경과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강한 형태를 버리고 주변 풍경 속으로 기꺼이 '소거(Erasure)'됨으로써, 방문객에게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자유를 선사하는 고도의 공간 설계 전술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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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 담론: 약함이 선사하는 강한 연결
1. 쿠마 켄고의 '약한 건축'과 입자화
Kengo Kuma
"강한 건축은 대지를 단절시키지만, 약한 건축은 대지에 순응하며 하나가 된다. 나는 거대한 박스를 부수고 입자(Granule)로 돌려보낸다."
쿠마 켄고는 물성을 잘게 쪼개는 **입자적 설계(Granularity)**를 통해 공간을 '투명한 고체'로 만듭니다.
  • 유닛의 분절: 목재 루버나 가느다란 스틸 격자를 활용해 벽을 세우는 대신, 빛과 바람이 통과하는 '투과성 장벽'을 구축합니다.
  • 물성의 해체: 콘크리트의 육중함 대신 대나무, 돌, 종이 등 지역의 토착적 재료를 사용하여 공간의 무게감을 소거합니다.
  • 배경으로서의 공간: 스스로 주인공이 되길 포기하고 주변 식생과 지형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의 미학'을 추구합니다.
2. 소우 후지모토의 '원시적 미래'와 숲의 논리
Sou Fujimoto
"숲은 인공적인 기능으로 구획되지 않지만 무수히 많은 장소를 제공한다. 나는 '집' 같은 건축이 아니라 '숲' 같은 공간을 꿈꾼다."
기능과 용도가 선언되지 않은 **모호한 공간(Ambiguous Space)**을 통해 사용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합니다.
  • 중첩된 외피 (Nested Layers): 세 겹의 레이어로 구성된 하우스 N처럼, 안과 밖이 겹쳐지는 레이어를 통해 공간의 깊이감을 조절합니다.
  • 비정형적 질서: 동굴 속이나 숲속처럼 사용자가 스스로 앉을 자리와 쓰임새를 발견하게 하는 '원시적 거주'를 지향합니다.
  • 건축과 숲의 합일: 구조물이 나무의 가지처럼 작동하고, 조경이 건축의 외벽처럼 작동하는 유기적 통합을 구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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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와 경계의 3대 설계 전략

공간의 존재감을 지우고 주변과 융합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술적 접근 방식입니다.

Interfacing (인터페이싱)
실내와 실외를 가르는 명확한 선을 지움. 투명한 레이어나 전이 공간(Buffer)을 겹쳐 "어디서부터가 건물인가?"라는 질문을 유도함.
Granularity (입자적 질감)
거대한 면 대신 수만 개의 작은 유닛(루버, 파쇄석 등)을 활용. 빛이 산란되고 바람이 투과하는 '입자화된 경관'을 통해 위압감을 제거.
Modern Shakkei (현대적 차경)
주변 풍경을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닌, 대지 전체가 풍경의 일부로 사라지게 함. 하늘의 구름과 도시의 실루엣을 설계 재료로 통합.
Masterpiece: GC 프로스토 박물관 & 하우스 N

쿠마 켄고의 **GC 프로스토 박물관**은 일본 전통 목조 기법인 '치도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거대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수만 개의 나무 입자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약함'을 증명합니다. 이곳에서 건축은 거대한 덩어리가 아니라 구름처럼 흩어진 입자들의 집합입니다.

소우 후지모토의 **하우스 N**은 숲의 구조를 닮았습니다. 세 겹의 껍질로 이루어진 공간은 집과 거리, 자연 사이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가장 바깥쪽 껍질 안에는 정원이 있고, 그 안으로 다시 실내 공간이 이어지는 구조는 '경계의 소멸'이 주는 새로운 자유를 시사합니다.

📍 약한 건축과 모호한 경계 심화 체크리스트
공간이 압도적인 위압감 대신 주변의 흐름에 '수긍'하고 있는가?
거대한 매스를 잘게 쪼개어 '입자화'된 질감을 형성했는가?
실내와 실외를 잇는 모호한 '전이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었는가?
빛과 바람이 막힘없이 투과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지향하는가?
지역의 토착 재료를 활용해 땅으로부터 솟아난 일체감을 주는가?
사용자가 스스로 공간의 용도를 정의할 수 있는 '모호한 여백'이 있는가?
주변 풍경을 강제로 가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차경'인가?
인공 구조물이 식생의 성장과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공존하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그림자를 미세하게 설계했는가?
최종적으로, 설계된 공간이 풍경 속으로 '소거'되어 보이는가?
재료의 접합부가 시각적으로 돌출되지 않고 매끄럽게 처리되었는가?
방문객의 동선이 인위적인 강요 없이 숲처럼 자유롭게 열려있는가?

최고의 장소는 당신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합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경계의 소멸’**입니다.
강한 형태를 고집하기보다 주변 환경에 순응하고 스며드는 ‘약한’ 설계를 통해,
자연과 인공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제안합니다.

규정되지 않은 모호함 속에서 방문객이 진정한 휴식과 자유를 느끼는
**‘비정형의 장소’**를 꿈꾸는 모든 설계자에게 이 소거의 미학이
깊은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공간 설계의 현대적 담론과 미학적 접근을 탐구합니다.
스스로를 지우며 완성되는 경관의 가치를 함께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