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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원 아카이브] 잉글리셔 가르텐(Englischer Garten): 뮌헨의 강과 숲이 빚어낸 세계 최대의 도시공원

세계 최대 도시공원 중 하나인 잉글리셔 가르텐. 강과 숲, 시민 자유와 축제가 어우러진 뮌헨의 살아 있는 녹색 무대


잉글리셔 가르텐(Englischer Garten)은 독일 뮌헨을 대표하는 공원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공원 중 하나다. 1789년 처음 조성된 이래, 오늘날까지 200년 넘게 뮌헨 시민들의 삶과 문화가 켜켜이 쌓여온 살아 있는 무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당시 유럽 귀족 사회에서 유행하던 영국식 풍경 정원 양식을 바탕으로 설계되었으며, 기하학적 대칭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 강과 숲, 들판과 산책로가 어우러진 경관을 통해 ‘도시 속에서 경험하는 진짜 자연’을 구현했다. 오늘날 이곳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문화 축제의 장이며,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대표적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설계 철학

잉글리셔 가르텐의 시작은 바이에른 선제후 카를 테오도르(Charles Theodore)의 정치적 구상과 맞닿아 있다. 18세기 후반, 유럽은 계몽주의와 시민사회의 성장으로 귀족만의 정원이 아닌, 시민과 공유하는 공공 공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었다. 카를 테오도르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뮌헨 시민들에게 “자연과 여가, 그리고 계몽적 가치”를 선물하고자 했다.

설계를 맡은 인물은 프랑스 출신의 미국인 군인, 벤저민 톰프슨(Benjamin Thompson, 후일 럼퍼드 백작)이었다. 그는 군사 훈련장과 시민 휴식 공간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며, ‘영국식 풍경 정원’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영국식 정원은 직선적 대로와 대칭적 배치로 대표되는 프랑스식 정원과 달리, 자연의 불규칙성과 흐름을 존중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숲과 초원, 굽이진 산책로와 흐르는 물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사람들에게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의 경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설계 철학은 단순히 ‘조경 양식’의 변화가 아니라, 시대의 사상적 전환을 반영했다. 즉, 권위적이고 닫힌 정원에서 벗어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 자유로운 시민 사회의 상징으로서의 공원을 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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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구성

잉글리셔 가르텐은 약 375헥타르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뉴욕 센트럴파크보다도 넓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강, 숲, 잔디밭, 산책로, 문화 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경관과 프로그램의 공존’을 실현한다는 점이다.

중심에는 이자르 강 지류가 흐르며, 강변을 따라 자전거와 산책로가 이어진다. 강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민 활동의 무대가 된다. 특히 인공 수로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강 서핑(Eisbach surfing)’은 잉글리셔 가르텐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독특한 장면이다.

또한 공원 내에는 여러 문화적 명소가 자리한다. 차이니즈 타워(Chinesischer Turm)는 동양풍 파고다 모양의 건축물로, 지금도 맥주 정원과 함께 시민 축제의 중심지가 된다. 언덕 위에 세워진 모노프테로스(Monopteros)는 고대 그리스 신전 형태의 전망대인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뮌헨 시내 전경은 공원의 백미다. 넓은 잔디밭은 나체 일광욕이 허용되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유명하며, 이는 독일 사회의 개방적 문화를 상징한다.

즉, 잉글리셔 가르텐은 단순히 산책과 휴식의 장소를 넘어, 스포츠·문화·축제·자유가 함께 숨 쉬는 복합적 생활 공원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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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잉글리셔 가르텐은 도시공원의 가능성을 가장 선구적으로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첫째, 도시와 자연의 공존을 실현했다. 도심 속에서 숲과 강, 초원을 보존하면서 시민들이 자연과 직접 교감하도록 만들었다.

둘째, 공원의 다기능성을 증명했다. 휴식과 운동, 예술과 축제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이후 전 세계 도시공원 설계의 모델이 되었다.

셋째, 시민 자율성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잉글리셔 가르텐은 시민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규범을 형성하는 실험장이 되었으며, 이는 공원이 단순히 ‘관리되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자유와 다양성이 표현되는 장임을 증명한다.

오늘날 기후위기와 도시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잉글리셔 가르텐은 여전히 도시 설계자와 조경가들에게 “자연을 어떻게 시민과 공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던지는 교과서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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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과 문화적 상징성

잉글리셔 가르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뮌헨 시민들의 정체성이 담긴 상징적 공간이다. 옥토버페스트 시즌에는 맥주 정원에서 음악과 춤이 이어지고, 강 위에서는 사계절 내내 서퍼들이 파도를 가르며 도시의 활력을 드러낸다. 연인들은 모노프테로스 언덕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가족들은 잔디밭에서 자유로운 피크닉을 즐긴다.

문학과 예술 속에서도 이 공원은 낭만주의적 영감을 제공해왔다. 독일 낭만주의 시인과 화가들은 잉글리셔 가르텐의 풍경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노래했으며, 현대의 예술가들 역시 이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결국 잉글리셔 가르텐은 뮌헨의 역사와 문화, 자유와 낭만을 압축한 무대이며,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살아 있는 도시 정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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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정보

  • 위치: 독일 뮌헨, 이자르 강 인근
  • 조성: 1789년
  • 설계: 벤저민 톰프슨(럼퍼드 백작)
  • 면적: 약 375헥타르
  • 대표 요소: 차이니즈 타워, 모노프테로스, 강 서핑, 대형 잔디밭
  • 특징: 세계 최대 도시공원 중 하나, 시민 자유와 문화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