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시티(Sponge City)는 도시를 마치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하고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방출하는 유연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도시 설계 철학이다. 전통적인 회색 인프라(콘크리트 배수로, 하수관)에만 의존하지 않고, 녹색 인프라(공원, 습지, 투수 포장)와 청색 인프라(수로, 연못, 저류지)를 통합하여 자연의 물 순환 원리를 도시에 적용한다.
중국에서 2013년 처음 국가 정책으로 도입된 이후, 전 세계 도시들이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단순히 홍수를 막는 것을 넘어, 도시 열섬 완화, 지하수 보충, 수질 개선, 생물 다양성 증진 등 다층적인 생태적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 집중호우가 잦아지며 기존 배수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강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20세기에 설계된 하수관 시스템은 이러한 강우 강도를 감당할 수 없으며, 관로를 확장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현실적이지 않다.
- 도시에서 사라진 투수 공간이 곧 회복력의 핵심 자원이다 도시화 과정에서 불투수 포장면이 급증하면서 빗물의 자연 침투가 차단되었다. 스펀지 시티는 이 잃어버린 투수 능력을 공원, 가로수 띠, 옥상 녹화 등을 통해 도시 곳곳에 다시 심는 전략이다.
- 중국, 유럽, 미국에서 이미 도시 미래 인프라의 표준 개념으로 상향되었다 중국 30개 시범 도시, 미국의 그린 인프라 정책, 유럽의 자연 기반 해법(NbS)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스펀지 시티 원리를 도시 계획의 기본 프레임워크로 채택하고 있다.
스펀지 시티의 핵심은 도시를 배수 경로가 아닌 순환 가능한 그린 루프 네트워크로 설계하는 것이다. 물은 단순히 하수관으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 여러 단계를 거치며 정화되고 저장되었다가 재사용된다.
도로 옆 가로수 구조도 단순 식재가 아니라 LID(저영향개발) 개념으로 전환된다.
가로수 주변에 빗물 정원(Rain Garden)을 조성하여 도로 빗물이 직접 수목 뿌리로 흘러들어가
자연 여과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도로 유출수의 오염 물질을 80%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우천 시 도로가 침수되지 않고, 공원이 대신 물을 받아주는 순환 조정기 역할을 한다.
공원은 평상시에는 일반 여가 공간이지만, 집중호우 시에는 임시 저류지로 전환되어
주변 도로와 건물을 보호한다. 물이 빠진 후 1~2일 내에 다시 일상 공간으로 복귀한다.
즉, 도시 전체가 빗물 정화 플랜트이자 생태 호흡기이며 기후 완충장치가 되는 구조다.
투수 포장 (Permeable Pavement)
보도, 광장, 주차장 등에 투수성 포장재를 사용하여 빗물이 지표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하로 침투하도록 한다. 투수 콘크리트, 투수 블록, 자갈 포장 등 다양한 재료가 활용된다.
빗물 정원 (Rain Garden)
저지대에 작은 정원을 조성하여 주변 빗물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침투하도록 한다.
습지 식물과 여과층을 통해 빗물 속 오염 물질을 제거하며, 동시에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
옥상 녹화 (Green Roof)
건물 옥상에 식재층을 조성하여 빗물의 30~70%를 흡수하고 증발산시킨다.
동시에 건물 단열 효과와 도시 열섬 완화 효과도 제공한다.
식생 수로 (Bioswale)
도로 옆 완만한 경사의 수로에 식생을 심어 빗물이 천천히 흐르며 자연 정화되도록 한다.
콘크리트 측구를 대체하는 친환경 배수 시스템이다.
지하 저류조 (Underground Storage)
공원이나 광장 지하에 대형 저류 공간을 만들어 집중호우 시 빗물을 임시 저장했다가
천천히 방류하거나 재사용한다.
중국 정부의 스펀지 시티 시범 도시 중 하나로, 푸둥 신구 전역(1,210㎢)을 대상으로 도시 단위 스펀지 시스템을 구축한 세계 최대 규모 프로젝트다. 201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도시 빗물의 70%를 현장에서 흡수·저장·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전략:
- 기존 도시 공원 124개소를 스펀지 공원으로 전환하여 저류 능력 대폭 증대
- 신규 개발 지역은 개발 전 투수율을 개발 후에도 유지하도록 법적 의무화
- 도로 재포장 시 투수 포장 의무 적용, 가로수 띠에 빗물 정원 통합
-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실시간 빗물 흐름 추적 및 관리
성과: 2020년 기준 연간 침수 면적 40% 감소, 빗물 재사용량 1,200만 톤 달성, 도시 열섬 효과 평균 1.8도 감소
2011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10억 유로 이상의 피해를 입은 후, 코펜하겐은 기존 배수 시스템을 확장하는 대신 도시 표면 자체를 물 관리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대담한 계획을 수립했다. 300개 이상의 기후 적응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핵심 전략:
- 도로를 침수 시 즉시 수로로 전환되도록 설계 (Blue-Green Streets)
- 광장과 운동장에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 빗물이 자연스럽게 저류 공간으로 흐르도록 유도
- 건물 옥상 300개소 이상을 그린루프로 전환하여 빗물 흡수
- 기존 공원 20개소를 클라우드버스트 공원으로 재설계하여 대규모 저류 기능 추가
성과: 50년 빈도 강우에도 도심 침수 피해 제로 목표 설정. 2019년 테스트 강우 시 시스템 정상 작동 확인. 프로젝트 비용은 배수관 확장 대비 60% 절감
노르웨이 몰데의 문화센터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건축과 조경을 통합한 스펀지 시스템을 구현한 사례다. 건물 자체가 빗물 관리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주변 경관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핵심 전략:
- 건물 옥상 전체를 다층 그린루프로 설계하여 빗물의 80% 흡수
- 옥상에서 흘러내린 빗물은 건물 외벽의 식생 벽면을 따라 지면의 빗물 정원으로 유입
- 주변 광장과 산책로는 모두 투수 포장으로 마감
- 빗물은 최종적으로 인근 피오르드로 자연 방류되기 전 생태 연못에서 정화
성과: 건물 부지 내 빗물 유출량 제로 달성. 연간 물 사용량 30% 감소. 국제 지속가능 건축상 수상
법규 및 제도 정비: 건축법, 도시계획 조례 등에 투수율 기준, 빗물 관리 의무 등을 명시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2021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개발 사업에 빗물 관리 계획 수립을 의무화했으나, 전국적 확대가 필요하다.
기존 인프라와의 통합: 스펀지 시티는 기존 하수관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다. 두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연동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유지 관리 체계: 투수 포장의 막힘 방지, 빗물 정원의 식생 관리, 저류조의 퇴적물 제거 등 정기적인 유지 관리가 필수다. 관리 매뉴얼과 담당 조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시민 참여와 교육: 개인 주택의 빗물 통 설치, 옥상 녹화 참여 등 시민 차원의 실천이 중요하다. 보조금 지원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스펀지 시티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모니터링과 평가: 스펀지 시티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침수 면적, 지하수 충전량, 수질 개선도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정책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상하이 스펀지 시티: 상하이시 정부 공식 페이지
코펜하겐 클라우드버스트: Copenhagen Climate Adaptation Plan
중국 스펀지 시티 가이드라인: Ministry of Housing and Urban-Rural Development of China
이 시리즈는 전 세계 혁신적인 공간 전략을 분석하여
국내 조경 및 도시계획 실무에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