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LA의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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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전략 및 철학] 해체와 습곡 - 건축 철학으로 빚어낸 ‘사건의 장’

건축 철학의 거장 베르나르 츄미와 들뢰즈의 개념을 조경에 담았습니다. 이접(Disjunction), 리좀(Rhizome), 습곡(Fold) 전략을 통해 땅과 건물의 경계를 허물고, 시민의 행위가 곧 공원이 되는 혁신적인 공간 설계 가이드를 확인해 보세요.
공간 전략 C-3

다이어그램적 조경:
해체와 습곡

The Diagrammatic Logic: Deconstruction & The Fold

The Essence
"공원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끊임없이 작동하는 기계여야 한다."
기능적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이용자의 행위가 공간의 의미를 완성하는
'사건의 장(Field of Events)'을 구축하는 해체주의적 설계 전략.
현대 조경 설계에서 **'다이어그램(Diagram)'**은 단순히 정보를 시각화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지에 내재된 잠재력을 끌어내고, 새로운 공간적 관계를 생성하는 **추상적 기계(Abstract Machine)**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더니즘의 도그마를 해체하고, 포스트 구조주의 철학을 대지에 구현한 다이어그램적 조경의 심층 논리를 살펴봅니다.
⚖️
조경 철학의 3대 패러다임 시프트
1. 프로그램의 이접과 시네마틱 로직
베르나르 츄미 (Bernard Tschumi)
"건축은 공간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접(Disjunction)은 형태와 기능을 의도적으로 분리하여 새로운 충돌을 유도한다."
츄미는 공간을 영화적 시퀀스로 이해했습니다. 단순히 나무를 심는 행위가 아니라, 대지를 하나의 '필름'으로 보고 프레임 사이의 불연속성을 조경에 도입했습니다.
  • 충돌의 유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능(예: 폐정수장 탱크 속의 오페라하우스)을 겹쳐 예상치 못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생성합니다.
  • 교차 프로그래밍: 공간의 원래 목적을 배반하는 프로그램을 삽입하여 사용자가 공간을 전유(Appropriation)하게 만듭니다.
  • 시각적 프레이밍: 폴리(Folie)라는 점적 요소를 통해 경관을 파편화하고, 관찰자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교란시킵니다.
2. 리좀적 네트워크와 유목적 이동
질 들뢰즈 (Gilles Deleuze)
"리좀은 뿌리줄기처럼 어느 지점에서든 다른 지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것은 수평적인 무한한 연결이며, 시작도 끝도 없는 중간의 상태다."
전통적인 공원이 중앙 광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목 모델'이었다면, 다이어그램적 조경은 위계가 없는 '리좀 모델'을 지향합니다.
  • 탈중심화: 공간의 절대적 권위를 가진 중심을 제거하고, 수많은 소규모 거점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여 권력을 분산합니다.
  • 방향성의 부재: 사용자가 목적지를 향해 최단거리로 가는 효율성 대신, 매 순간 길을 잃고 탐험하는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 매끄러운 공간: 구획되고 정해진 '홈이 패인 공간'이 아니라,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배회하며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공간입니다.
3. 습곡: 대지와 건축의 위상학적 연속성
피터 아이젠만 & 들뢰즈
"습곡(The Fold)은 안과 밖, 인공과 자연의 이분법적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매끄러운 표면으로 접어 넣는 위상학적 변형이다."
대지는 더 이상 건물을 받쳐주는 기단이 아닙니다. 대지 자체가 건축이 되고, 건축은 대지의 연장이 됩니다.
  • 피부로서의 조경: 산책로가 서서히 들려 건물의 지붕이 되고, 그 아래 공간이 실내 공간이 되는 연속적 토포그래피를 구축합니다.
  • 주름의 공간: 대지를 접고 펴는 행위를 통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공간의 깊이감을 기하학적으로 창출합니다.
  • 물질의 연속성: 지면의 재료가 벽면으로 이어지는 등의 방식을 통해 인공 구조물과 자연 지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합니다.
📐
시스템 설계: 레이어의 중첩 논리

다이어그램적 설계의 정수는 공간을 하나의 완결된 그림으로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추상적 레이어'**들을 겹쳐 그 사이의 우연한 충돌을 설계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있습니다.

Points (점)
120m 격자 위에 배치된 '폴리(Folie)'. 공원의 좌표를 형성하며, 각각의 점은 정의되지 않은 행위의 기폭제가 됨.
Lines (선)
축선과 곡선형 산책로. 격자 체계를 무시하거나 관통하며 사용자에게 시각적, 물리적 역동성을 부여함.
Surfaces (면)
광대한 잔디와 숲. 용도가 고정되지 않은 바탕면으로서, 대규모 집회나 유목적 배회가 일어나는 자유의 장.
Masterpiece Analysis: 라 빌레트 공원

1982년 파리, 베르나르 츄미의 당선안은 조경의 역사를 바꿨습니다. 그는 공원을 '자연의 모방'이 아닌 '사건을 생산하는 기계'로 정의했습니다.

강렬한 레드 컬러의 폴리들은 겉보기에는 용도를 알 수 없으나, 사용자의 창의성에 따라 카페, 전망대, 어린이 도서관으로 변신합니다. 이는 설계자가 기능을 강요하는 모더니즘적 폭력성에서 벗어나, 시스템(다이어그램)이 스스로 문화를 생성하도록 유도한 최고의 사례입니다.

📍 다이어그램적 설계 심화 체크리스트
전통적 위계(중심-주변)를 완전히 해체했는가?
이질적인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중첩시켰는가?
대지와 건축이 하나의 유기적 피부처럼 흐르는가?
사용자가 '길을 잃는 경험'을 충분히 고려했는가?
점-선-면 레이어가 개별적 논리로 작동하는가?
전통적인 용도 구분을 파괴하고 '사건'을 유도했는가?
설계되지 않은 '빈 공간'이 창의적으로 작동하는가?
지형의 변형이 건축적 기능을 수용하고 있는가?

경계가 사라진 대지,
당신의 배회가 곧 공원이 됩니다.

다이어그램적 조경의 핵심은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유도하는 것'**입니다.
중심이 없는 네트워크와 대지의 연속성을 강조한 습곡 디자인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무색한 새로운 차원의 경관을 목격합니다.

설계자가 정해준 정답대로 움직이는 공간이 아닌, 이용자가 직접 공간의 저자가 되어 매 순간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사건의 조경'을 지향합니다.
이 철학적 여정이 조경과 건축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모든 설계자에게
새로운 대지의 문법을 발견하는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현대 조경 설계의 철학적 지평을 넓히고 실무적 적용을 돕기 위해 전문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론이 실제의 땅에서 살아있는 경험으로 치환되기를 희망합니다.